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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공간 개념과 연구방법

by 윤바다씨 2023. 12. 21.

철학에서 공간이라는 주제는 아리스토텔레스에 이해 명시적인 주제로 떠오른 이래 오랫동안 중요한 철학적 주제를 형성했다. 모든 사물에 적적한 자리가 이미 주어져 있으며, 사물이 우주 안의 적절한 자리에 놓이는 것이 조화요 질서라는 코스모스의 공간관념은 고대적 우주관의 전체를 요약하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지구가 그 우주의 중심에 위치해야 한다는 중세의 기독교적 관념은, 신이 인간을 위해 마련해 준 적절한 자리에 대한 공간관념으로서 고대적인 코스모스 개념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었다.

이러한 공간관념을 근본적으로 해체한 것은 아마 데카르트의 업적으로 돌려야 할 것이다. 그는 만물의 물질적인 속성을 연장으로 정의하고, 그 연장은 공간상의 위치로 환원한다. 그리고 그 공간은 수학적인 좌표로 정의함으로 써, 공간상의 위치가 갖는 모든 특성과 특권을 추상해 버렸다. 이제 공가는 대수적인 수의 조합으로 환원되는 동질적인 무엇이 되었다. 칸트는 이런 공간을 시간과 더불어 경험이 그 안에서 가능하게 되는 어떤 선험적인 직관형식으로 변형시킴으로써 주관의 내부로 끌어들였다. 그렇지만 그것이 아무리 주관 내부에 존재하는 것이라 해도 그 본질이 수학적이고 기하학적인 것인 점은 분명했다.

그러나 그것은 그것의 모델로 했던 유클리드 기하학이 그 절대적인 자리를 상실함으로써 또다시 해체되고 만다. 이후 현상학은 시간과 더불어 공간을 구체적인 체험의 양상 속에서 다룰 수 있는 대상으로 재정의함으로써, 그 체험의 양상을 통해 작용하는 본질을 의식의 지향성이라는 형태로 재발견한다. 물론 이는 후설뿐만 아니라 하이데거의 사유를 통해 시간과 공간을 현존재의 구조와 연관 지을 수 있게 됨으로써 가능하게 되었던 것이다.

사회학에서 공간에 관한 연구는 짐멜의 선례를 제외하면 별로 오랜 역사를 갖지 않는다. 오히려 많은 경우 공간 내지 공간적 배치의 차이에 기인하는 것조차 다른 사회적 요인에 의해 설명하는 것이 사회학적 연구로서 간주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공간적 차이와 결부된 현상들을, 독립변수로든 종속변수로든 명시적으로 다루어 왔던 것은 지리학자들이었다. 지리학은 그것이 연구하려는 대상이 이미 지리라는 공간적 범주를 통해 정의되기 때문에 공간적 범주위에서 공간을 변수로 연구했다.

그러나 지리학에서 공간은 지리적 요인이나, 그와 결부된 생태적 경제적 요인으로 환원되며, 연구의 대상이 되는 공간 자체가 지리적인 분포와 결부되어 개념화된다. 다시 말해 공간의 개념은 어떤 대상이나 특성의 지리적 분포에 머물며, 공간 그 자체의 형태나 형상을 통해 작용하는 공간자체의 고유한 효과를 포착하지 못한다. 이는 연구하려는 대상이 애당초 다르게 설정되고 있다는 점에 연유하는 것이기에, 어떤 개념적 결함이나 단점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어떤 개념도 피할 수 없는 단점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어떤 개념도 피할 수 없는 나름의 경계 한계인 셈이어서, 주거공간의 배치나 기타 부분적 인공 간의 배치를 연구하려는 경우에는 그것과의 경계를 달리하는 공간 개념을 원용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우리가 근대적 주체가 일상적 생산 재생산되는 메커니즘과 결부하여 주거공간의 문제를 사회학적으로 연구하려고 하는 한, 공간의 문제를 그것의 사회적 효과와 관련해서 다루고 분석할 수 있는 개념과 분석방법이 필요하다. 앞서처럼 사회적 효과라는 차원에서 공간의 문제를 다루는 방법을 공간사회학적 방법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공간 사회학적 방법을 연구의 방법론으로 삼고자 하는데, 짐멜의 몇몇 이론적 단상을 제외하면 사회학적 차원에서 이를 이론적으로 체계화한 경우는 아직 없다. 이를 위해 일단 이론적 자원이 될 수 있는 이론적 요소들을 사회학 내지 사회과학이란 분과적 제한을 뛰어넘어 공간에 대한 연구방법이란 관점에서 확인해 볼 것이다. 그리고 도식화가 포함하는 단순화와 추상의 위험을 무릅쓰고, 몇 개의 입장으로 분류하여 간략하게 검토할 것이다

형태적 공간개념

우선 첫째로, 거칠지만 형태론적 입장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으로 형태 및 형태들로 구성되는 구조를 주목하는 입장이다. 이는 형태나 형상을 구성하는 특징적 요인들에 주목하며, 그러한 요인들의 차이를 통해 형상이나 건축적 공간이 구성되는 역사적으로 상이한 양식을 설명한다. 이런 점에서 이는 양식론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또한 양식론에서 직접적으로 강력한 영향을 받은 입장들도 포괄된다. 여기서 가장 선구적이고 강력한 영향을 미친 사람이 하인리히 뵐플린이라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초기에는 감정이입 이론과 심리학적 이론의 경향을 취하던 그는 르네상스와 바로크를 내면서 형상을 구성하는 상이한 양식적 특징에 주목하고, 이를 다수의 대립 개념을 통해 설명한다. 그는 이후 미술사의 기초개념에서 이를 좀 더 일반화하여, 선적인 것과 호화적인 것, 평면성과 깊이감, 폐쇄된 형태와 개방된 형태 다원성과 일원성, 명료성과 불명료성이라는 다섯 쌍의 대립개념을 통해 르네상스와 바로크의 양식적 특징을 설명한다.

뵐플린의 이러한 연구는 이후 미술사 연구에 결정적인 획을 그은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건축에 관해서는 그다지 설득력 있는 설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건축의 3차원적인 공간조차 회화의 2차원적인 평면으로 끌어내려 설명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한 건축은 물질적 매스의 예술이다라는 그의 주장처럼, 그가 건축에 대해 주목하는 경우에도 그것은 공간적 예술보다는 조각적인 매스의 성격이 강하다. 다시 말해 뵐플린의 관심사는 건축에서도 공간적 측면이 아니라 매스의 형태적 측면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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